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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우(Flow), 서로의 관계

by ohonul03 2025. 4. 9.

플로우

1. 플로우

 무료 툴을 사용하여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 픽사 등의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칸 영화제에 올라 파란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1인 제작으로 유명한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이지만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각본, 작곡을 다른 사람과 작업하게 된 작품입니다. 연출 및 애니메이션 작업 자체는 혼자 하였습니다.
 이 작품이 눈길이 끈 이유 중의 하나는 유료 프로그램만이 질 높게 완성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나온 애니메이션 영화라 주목받은 것도 있지만 영화를 본다면 매력적인 영화의 내용에 빠질 것입니다. 대사 한마디 안 나오는 동물들의 관계 속에서 영화에서는 안 나오는 인간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그들만의 끈끈한 연대도 볼 수 있습니다. 

 

2. 영화내용

  무리로 다니는 강아지들을 경계하며 숲에서 먹이도 구하고 물도 마시며 인간이 있었던 듯한 집에서 홀로 고양이 조각상과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 무리의 물고기를 훔치며 쫓기게 됩니다. 숲 안쪽으로 뛰어가다 무리를 따돌린 고양이는 한숨 돌리는 사이 강아지 무리가 자신을 그냥 지나쳐 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어서 뛰어오는 사슴 무리가 오는 것을 보고 겁을 먹습니다. 사슴이 지나간 자리에는 물이 들이닥쳤고 고양이는 휩쓸리고 맙니다. 가까스로 육지에 몸이 닿아 목숨을 구하였고 그곳에는 강아지 무리 중 한 마리인 리트리버를 만납니다.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리트리버만큼은 호의적인 모습이었고 자신의 안식처로 가는 고양이를 따라갑니다. 자신과 놀기를 원하는 리트리버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고양이의 시간을 방해하는 듯 물은 다시 차오르기 시작하고 레트리버는 강아지들이 타고 온 배를 타고 가버립니다. 고양이는 필사적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갔으나 그곳마저 물에 잠기는 순간 배 한척이 유유히 지나갑니다. 처음에는 안절부절못하며 울기도 하였지만 물에 들어가 배를 탔고 먼저 타고 있던 카피바라와의 동행이 시작됩니다. 처음엔 다른 동물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불편했던 고양이는 처음부터 자신을 반겨주었던 리트리버,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여우원숭이를 만나며 점점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뱀잡이수리의 관심을 받게 되지만 뱀잡이수리 무리 대장은 그런 것을 탐탁지 않아 했고 고양이의 편에서 대장과 싸우다 날개 한쪽을 다치게 됩니다. 무리의 대장은 다른 새들과 함께 돌로 된 기둥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고 다치면서 하늘을 나는 것에 이상이 생겨 배를 타는 무리에 합류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건들로 고양이,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는 함께 다니게 되었습니다.
 배에 떨어져 물살에 휩쓸리기도 하고 물에 가라앉아 죽을뻔한 목숨을 고래가 구해주기도 하고 카피바라가 물에서 올라오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며 고양이는 함께라는 단어를 몸으로 배우며 물고기를 잡아 나눠주기도 누군가를 위해 걱정하기도 하며 성장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망망대해를 다니다 건물 및 하늘과 닿을 듯 뻗어있는 돌기둥과 가까워지자 뱀잡이수리가 돌기둥의 정상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이것을 본 고양이는 쫓아가서 뱀잡이수리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본 후 내려갔지만 이미 배는 물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배를 향해 나아갔지만 파도에 부딪히며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혼자가 되어 눈 뜬 섬에는 모두가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고양이,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가 모였습니다. 그리고 수위가 낮아져 가쁘게 숨을 쉬는 고래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3. 감상평

 자막이 없는 영화는 처음 보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전달 하고 싶은지 등 만든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흥미로웠고 각 동물마다의 특징이 너무 잘 와 닿아서 중간중간에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사람의 흔적만 남은 세상에는 재난만이 남아있었는데 그 재난을 만들고 결국 멸종에 이르게 한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도달하니 씁쓸했습니다. 동물들은 저마다의 생존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겠지만 물이 차올랐다가 빠졌다가 하는 대홍수를 보니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일 것 같았습니다. 그때는 배가 있을까, 그때는 더 높은 곳이 있을까, 물은 얼마나 더 차오를까 하는 등의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영화의 자막이 없다 보니 여러 갈래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돌기둥 정상에 도착한 뱀잡이수리와 고양이가 두둥실 하늘로 올라가 우주 위를 날아다니고 뱀잡이수리만 끝까지 올라가고 고양이는 다시 땅을 밟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이 그때는 무엇을 의미할까 하며 넘어간 장면이었는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죽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날개를 다쳐 잘 날지 못하는데 하늘로 올라갈 때는 날개가 치유된 듯 훨훨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끝은 미지의 세계이고 알 수 없는 것이라 우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죽음의 의미를 보여준 건 바다에 빠져 살고자 발버둥을 쳐 점점 가라앉으며 죽을뻔한 고양이입니다. 그때의 배경과 대비해서 보면 뱀잡이수리는 우주라는 환상적인 색채와 공간에서 가뿐히 날아갔습니다. 이러한 죽음의 의미를 다르게 보여주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중에부분 중의 하나였습니다. 
 새초롬한 홀로 고양이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성장해 나가며 바뀌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자면 흐뭇하고 귀여웠습니다. 영화가 가벼운 듯 무겁고 재미만 있는 듯하면서 감동이 있는 영화입니다. 저는 아주 잘 보았습니다.